2020년 12월 13일
□ 연구기관 : 방과후강사노조, 국민입법센터
□ 연구책임자 : 신은아 (방과후강사, 교육학석사)
□ 참여연구원 :
조지훈 (국민입법센터 법률팀장,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
이상민 (국민입법센터 객원연구원,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정엽 (국민입법센터 기획팀장)
신석진 (국민입법센터 운영위원)
이기문 (방과후강사노조 전 사무국장)
목 차
I. 연구 개요
1. 연구 목적 및 필요성 1
2. 연구 내용 및 방법 1
3. 연구 요약 2
II. 연구 결과
제1장 방과후학교 제도 소개
1. 방과후학교 운영 경과 13
2. 방과후학교 운영 현황 14
제2장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실태 조사 결과
1. 설문조사 결과 18
2. 면접조사 결과 47
제3장 방과후학교 예산 분석
1. 방과후학교 예산지원의 의미 87
2. 교육청 예산 구조 87
3. 2019년 기준 교육청 결산 91
4. 방과후학교 예산 현황 95
5. 2020년 방과후학교 예산 집행현황 107
6. 소결 109
제4장 방과후학교강사 지위와 처우 제도개선 방안
1. 동등한 교육 기회 확대와 방과후학교 112
2. 방과후학교강사 계약․고용형태, 어떻게 바꿔야 하나? 115
3. 방과후학교강사에게도 고용안전망이 필요하다 130
4. 교육감을 사용자로, 시도교육감협의회를 사용자단체로 교섭해야 한다 134
5. 방과후학교 법제화를 위한 과제 137
I. 연구 개요
1. 연구 목적 및 필요성
코로나19 장기화로 방과후학교강사들의 소득감소가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강사들은 학교와 위수탁계약 또는 민간위탁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이라는 이유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해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위험에 노출되었다. 방과후학교강사가 안정적인 조건에서 일하고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방과후학교를 비롯한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본 연구는 코로나19사태로 인한 방과후학교강사들의 피해정도가 얼마나 심각하고 무엇이 피해를 더 키웠는지 조사하고 이번 사태로 드러난 방과후학교강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파악하고 처우개선을 위한 방안을 도출해내기 위해 진행되었다.
아울러 ‘방과후교육은 학교 수업 뒤의 교육’이라는 시각에서 그에 어울리는 법제도적 개선방안을 탐구하였다.
2. 연구 내용과 방법
(1) 연구내용과 범위
○ 코로나 사태로 이후 생존 위기에 내몰린 방과후학교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다룬다.
○ 방과후학교강사 처우 개선의 방향의 첫 번째는 고용 안정성 확보와 소득 상실에 따른 대비다. 둘째로는 집단적 노력으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단체교섭의 실질화다.
○ 방과후학교강사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방과후학교의 정책적·법적 지위에 대한 분명한 규정 및 발전 방향과 맞물려 있다. 방과후학교를 포함한 공교육 개혁과 같은 교육정책의 영역이다. 방과후학교강사의 권익 보장 방향과 방법도 여기에 영향 받을 수 있다.
○ 다만 교육개혁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여기서는 별도로 다루지 않는다. 이 안에서 방과후학교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다루되, 장기적 과제보다는 지금 이뤄야 할 시급한 변화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논의한다.
(2) 연구방법
○ 전국 초중고 및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는 방과후학교강사를 대상으로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지역을 나우어 설문조사하고 분석한다.
○ 방과후학교강사 노동조합의 각 지부 중 서울(대도시), 경기(농어촌 포함), 부산(특수학교 포함), 광주, 제주 5개 지부를 각각 선정하고 각 지부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하고 분석한다.
○ 각 교육청별 방과후학교와 관련된 예산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교육청 별 예산서, 결산서 분석을 통해 방과후학교 예산 현황과 방과후학교 예산 집행 현황을 파악한다. 방과훟하교 예산분석을 통해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처우 개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부분이 있는지 분석한다.
○ 국내 정책자료 및 해외 방과후학교 운영사례 분석
○ 관련 법제연구와 교육부 지침 및 강사들의 위수탁계약 분석
3. 연구 요약
(1)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실태와 노동환경 조사 결과
“3월까지 버티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일단 보험을 해약하고 그걸로 안돼서 카드론 대출을 받았어요.”
“애들 먹여야 되는데 진짜 쌀 살 돈이 없어서 쌀동냥을 하러 다녔어요. 너무 상태가 장기화되니까 더 이상 감당이 안되는 거예요. 집도 팔고 차도 팔고 애들 보험까지 정리했어요.”
○ 대면조사에서 나온 방과후학교강사들의 생생한 증언이다. 방과후학교강사 노동조합의 의뢰로 국민입법센터는 코로나19사태에 무방비로 노출된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전국의 1천247명의 강사들이 직접 전한 이야기는 언론에 공개된 이야기보다 훨씬 심각했다.
○ 방과후학교강사 10명 중 8명은 현재 수입이 0원이었다. 이전에는 평균 2.7개 학교에 출강하였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2020년 들어 70%가 “한 학교도 출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천주교 노동사목에서 생필품을 지원받아 아이에게 라면을 끓여줄 수 있었다’는 사례 등 심각한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스스로 ‘사실상 실업상태’라고 인식했고 이와 같은 생각은 교육당국에서 제공된 대체 일자리에 참여한 응답자들의 경우(92.6%)도 예외가 아니었다.
○ 출강학교수가 감소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95.9%가 ‘계약서를 작성하고도 개강하지 않아서’라고 답변해 실직도 이직도 아닌 무기한 대기상태에 장시간 방치된 것이 강사들의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조건에서도 응답자들 중 80.3%가 방과후학교강사를 계속하겠다고 답해 방과후학교강사들의 직업적 사명감이나 만족도, 정체성은 아직도 높게 유지되고 있었다.
○ 응답자 다수가 코로나19 이전부터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등 업무상 고충이 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이 없어 질병이나 부모님 상, 심지어 출산을 앞두고도 휴가와 병가 등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응답자들은 사회보험 직장가입율이 10% 안팎에 머물렀고 이는 민간위탁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은 강사들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 응답자의 55.8%만이 조합원이었으나 98% 전후의 응답자들이 노동조합의 기존 주장에 크게 공감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교육당국과 대화와 교섭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단결권 행사에 높은 호응도를 드러냈다.
○ 응답자 중 69%가 당국에서 제공한 임시일자리에 참여를 희망했으나 그마저도 중단되었거나 기회가 보장되지 못했고, 어렵사리 참여한 경우(49%)에도 그동안 일해 온 학교에서 정규수업이 진행되는 도중 복도에서 대걸레질을 하는 등 자존감에 큰 상처를 받고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방과후학교강사들은 학교가 온라인 수업, 격일제, 격주제로 운영되지만 정규수업이 이뤄지고 사설학원도 대기자로 넘쳐나는데 그 기간에 방과후학교 수업만 중단한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 방과후학교강사들은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여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데 크게 공감(99.6%)하고 있었다. 나아가 현행 수익자부담원칙 재검토 등 혁신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데 응답자의 89%가 찬성했다. 고용보험 우선적용 후 단계적으로 사회보험을 적용하자는데 97.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 방과후학교 예산 분석
○ 방과후학교는 수익자 부담원칙이라 교육청, 학교, 지자체의 예산지원은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몇가지 예외가 있다. 저소득층과 농산어촌 학생에게 교육청예산으로 지원하는 자유수강권과 학교지원금 그리고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예산이 있다.
○ 교육청 예산은 재정의 절대액이 의존재원인 상황에서 균형재정편성이 원칙임에도 17개 전체 교육청의 2019년 결산상 총세입은 87조6천억원인데 비해 총지출은 80조6천억원에 그쳤다. 세계잉여금 7조 원 중 이월금 등을 제외한 순세계잉여금은 총 2조1741억원이 발생했다. 중앙정부로부터 재원을 이전받아 현금으로 쌓아놓는 것은 국가 전체의 자금 효율성을 감소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청이 수입만큼 제공해야할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교육청은 세계잉여금 만큼 현금 및 현금성자산 또는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교육행정의 효율성을 떨어트리고 국가 전체의 자원분배, 자금순환의 병목현상을 초래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2019년 수입은 19조1천억에 달하는 반면 지출은 17조5천억원에 불과해 쓰지 못한 돈이 1조6천억이나 됐다.
○ 방과후학교 관련 교육청 예산은 유아 및 초중등교육 부문 내 존재하는 교육복지지원 정책사업 내에 속한 두 개의 세부사업으로 이뤄졌다. 하나는 방과후학교운영세부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저소득층자녀 방과후 자유수강권 지원 세부사업이다. 방과후학교운영사업 예산은 도시지역 교육청은 보통 ‘돌봄교실’ 관련 예산이 대부분이다. 반면, 농촌지역이 존재하는 도단위 교육청의 방과후학교운영 세부사업 예산은 농어촌방과후학교와 도시방과후학교 예산도 상당수 존재한다
○ 방과후학교운영예산은 최근 5년 동안에 연평균 8.8%로 세출예산액 연평균 증감액인 7.1%보다도 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으나, 2020년 올해에는 약 9%가량 비교적 큰 폭으로 본예산 금액이 감소되었다. 방과후학교운영 예산은 교육청재원외에도 기초자치단체의 전입금도 일부 존재하는데 이는 방과후학교 예산 증액을 교육청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도 요구할 근거가 된다. 실제로 전라남도교육청 방과후학교 운영예산의 재원은 교육청 일반재원이 525억원이며 기초자치단체 전입금도 26억원이 존재한다.
○ 17개 전체 교육청 저소득층자녀 방과후 자유수강권지원 예산금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예산은 본예산기준 1865억원이었으나 최근 5년간 연평균 6.1% 감소하여 2020년 본예산금액은 1579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추경을 거친 최종예산금액은 당초예산보다 더 줄어들었다. 최종예산은 추경을 통해 당초예산보다 금액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정반대의 현상이다. 자유수강권 결산금액은 본예산이나 최종예산금액보다 더 감소했다.
○ 결산금액은 예산금액보다 더 적었다. 17개 교육청 전체 세출예산액은 2018년 66조2천억원이었는데 추경을 통해 예산이 늘어나 결산금액은 71조6천억원이다. 그러나 자유수강권지원사업은 2018년 전체 세입예산액이 1653억원, 최종예산액이 1560억원이며 결산금액은 1483억원이었다. 즉 본예산금액보다 최종예산금액이 적으며 최종예산금액을 다 집행하지 못하여 결산금액은 더 적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2020년 방과후 예산 집행현황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연초에 편성되었던 본예산액이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집행액이 추가로 더 필요한 부분은 추경을 통해 예산이 크게 증액된 사업이 있는 반면, 집행하기 어려운 사업은 추경을 통해 예산이 큰 폭으로 감액되기도 하였다. 방과후학교운영예산은 추경 등을 거쳐 1조3168억원으로 크게 늘어났지만 이는 아동특별돌봄예산 증가액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자유수강권지원 사업예산은 1월말에 비해 추경 등을 거쳐 11월 말 현재 32% 감소한 1083억원이다. 집행을 하지 못할 것으로 여기고 큰 폭의 감액 추경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최근 5년 동안 방과후학교운영비지원예산은 연평균 8.8% 증가하여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나 2020년은 전년보다 9.1% 하락하였다. 특히, 경상도, 부산, 대구 교육청의 하락폭이 컸다.
○ 저소득방과후학교강사 지원을 위한 자유수강권 지원 예산은 17개 전체 교육청 예산 합은 20년 1450억원이다. 그런데 자유수강권 지원예산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6% 가량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교육청의 다른 예산이 꾸준히 증가한 것에 비해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매년 추경예산에 감액되고 불용액이 존재하여 매년 예산이 삭감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청자수 감소에 따른 결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신청자수 감소에 따라 수동적으로 예산금액을 삭감하기 보다는 신청자수를 적극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자유수강권 지원은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중위소득의 100% 범위 내에서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되어 있는데 보통 60%~70%사이에 존재한다. (충북 66%, 서울, 60%, 울산 60%) 즉, 현행제도를 통해서도 중위소득 100% 까지 학생에게 지원이 가능하나 지역교육청이 일반적으로 100% 기준을 사용하지 않고 60% ~ 70% 기준 적용을 고수하고 있다. 신청자 수가 줄어드는 상황을 대비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를 1차적으로 중위소득의 100%까지 상향시키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3) 방과후학교강사 지위와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 방과후학교는 가정에 맡겨진 방과 후 교육활동을 공교육 안에서 적극적으로 흡수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계층간 불평등이 방과후 교육활동의 격차로 나타나고 결국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것을 일부나마 해소해 궁극적으로 동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해준다.
○ 교육부에 따르면 방과후학교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가 지난 5년간 80점 전후로 높게 나타났다. 다수의 선행연구에서도 정책효과는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방과후학교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학생은 미참여 학생보다 학업자아개념, 자아효능감, 수업이해도, 수업집중도, 사교육비 등 11개 지표에서 수준이 높게 나왔다.
○ 코로나 확산에 따라 학교가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 등으로 전환하면서 가정의 경제수준에 따라 교육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더 오랜 시간 사교육을 하고 있고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사교육시간도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사태가 학교 교육 속에 내재돼있는 교육 불평등을 더 확대시키고 있다는 방증이다.
○ 이에 더해 방과후학교는 중단된 상태다. 방과후학교가 상대적으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학교 안에서 정규교육과정 이외의 문화, 스포츠 활동 등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력·문화적 자본의 격차 해소를 도모하는 기능을 해왔는데, 방과후학교 중단으로 학교 안에서 이를 실현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벌어진 격차가 좁혀지기는 어렵다. 학교 말고는 기댈 곳 없는 취약계층이 다른 기회를 통해 이런 격차를 해소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의 정상화와 함께 방과후학교의 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는 말이 교육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 집합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방역적 고려 때문에 학교당국은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려 한다. 이 때문에 대면수업으로 전환한 뒤에도 방과후학교는 열리지 않았다. 오전의 집합교육은 방역에 문제가 없고 오후의 방과후학교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얼마나 합리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방역을 충실히 하고 학교 수업을 할 수 있는 정도라면 방과후학교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규수업 말고는 다른 교육 기회가 없는 학생들의 교육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 감염병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시대에 방과후학교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더 근본적 대책도 필요하다. 대면수업 시기에도 방과후학교를 열지 않는 이유는 학교당국의 소극적 태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학급당 학생수 등 현재의 수업 환경이 방역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에서는 방역 대책을 세우면서 수업을 할 수 있는 인원을 20명 이하로 보고 있다. 방과후학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도 이 기준은 필요하다.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줄여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 농산어촌지역이나 특수학교는 교육감과 직접 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방과후학교는 개인위탁이나 업체위탁으로 운영된다. 학교장과 방과후학교강사가 체결하는 위탁계약은 교육청이 발간하는 방과후학교길라잡이의 표준계약서를 기본으로 이뤄진다. 교육청이 계약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표준계약서 내용 자체는 개선해야할 점이 적지 않다.
○ 제대로 된 표준계약서의 주된 내용으로는, ㉠ 계약의 목적을 ‘방과후학교 교육프로그램의 원활한 운영’을 목적으로 분명히 하고, ㉡ ‘학교장’과 ‘방과후학교강사’ 각자가 준수해야 할 계약상 의무 명기, ㉢ 방과후학교강사들이 담당하는 수업 진행을 위해 필요한 물질적·공간적 측면의 보장, ㉣ 수업 방해(침해) 및 잡무 부담 금지, ㉤ 학교장의 책임으로 인한 계약해지권 등 부여, ㉥ 재난, 감염병 사태 등의 상황에서의 원격수업 등 대책 등의 근거 마련, ㉦ 방과후학교강사 처우와 관련된 유리한 내용이 별도의 합의나 지침 등으로 있는 경우 그 내용 우선 적용 등이 포함된다.
○ 민간업체위탁의 경우 교구강매 등 업체 횡포가 문제되고 있다. 강사들은 업체에 수수료를 20% 가량 내야한다. 업체위탁은 본질적으로 교육기능 일부를 외주화하는 것임에도 교육청이 이에 대해 별다른 비판적 인식이 없는 것은 잘못이다. 교육청은 개인위탁과 업체위탁 중 학교가 알아서 선택하면 된다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업체위탁 자체를 근절하겠다는 방향을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업체에 위탁할 경우 위탁업체가 준수해야할 의무를 분명히 정해야한다. 공공부문 도급시 적용되는 임금구분지급 및 확인제를 참고해, 강사 인건비가 안정적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교육청이 제시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위탁업체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 추세를 반영해 위탁업체의 사용자책임을 분명히 하도록 하고, 여기에 대한 관리감독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 방과후학교강사의 법적 지위에 대한 쟁점은 크게 노동자인지 프리랜서인지에 대한 것이다. 교육청은 학교가 방과후학교강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계약을 맺지 말라고 명시하고 있다. 근로자성을 부정하려는 것이고 프리랜서로 간주하기 위함이다. 그 결과 방과후학교강사는 실업으로 인한 소득단절과 같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막혀있다. 노동자인지 프리랜서인지 따지기보다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노무를 제공’하면 그 자체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정부의 전국민고용보험 도입도 이런 요청에 부응하려는 시도다.
○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실업과 같은 사회적 위험에 방과후학교강사가 얼마나 취약한지 뚜렷이 드러났다. 소득상실에 대비한 고용안전망이 방과후학교강사에게도 적용되어야한다. 정부가 전국민고용보험을 위해 국회에 제출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는 ‘노무제공자’(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의 필요성’에 따라 적용한다고 규정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업재해보험 적용과 유사한 방식이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전속성’을 기준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정하는 것에 비해 고용형태보다 ‘보호의 필요성’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고용보험 신규 적용 대상을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14개 직종으로 국한할 이유가 없다. 보호의 시급성에 따라 고용보험 적용 대상 직종을 산재보험 적용 대상과 무관하게 확대할 수 있다. 고용보험 신규적용대상 직종에 방과후학교강사를 추가해야한다.
○ 보험료는 노무제공자와 사업주가 나눠 내는데 사업주가 누구인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비록 계약을 학교장과 체결하지만 방과후학교강사의 고용보험법상 사업주는 교육감으로 하고 보험료 부담의무를 부과해야한다. 부산의 여러 학교가 채용한 방과후학교 학부모 코디네이터의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법원은 ‘사용자는 학교장이 아니라 부산광역시’라고 판단했다. 방과후학교강사는 교육청의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무를 여러 학교에 제공해 온 ‘노무제공자’이며 교육감은 노무제공계약의 상대방인 ‘사업주’ 라는 것이다. 방과후학교강사는 교육청의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해온 ‘노무제공자’이고, 교육감은 ‘노무제공계약의 상대방인 사업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따라 사업주분 보험료를 교육감이 책임지도록 한다. 예술인과 특수고용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여러 학교에서 수업하는 방과후학교강사들에게 피보험자격 이중취득을 허용해야한다.
○ 코로나19사태가 종식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지금 당장 방과후학교강사에게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해도 보험료를 정상적으로 납부해 수급요건을 채울 수 있는 방과후학교강사는 거의 없다. 정작 고용보험 지원이 절실한 이들이 지원에서 배제될 수 있다. 이런 역설을 막기 위해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에 ‘개정된 고용보험법 시행일 이후 6개월 이내에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대상자의 경우 고용보험법 제40조 제1항의 피보험단위기간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추가해, 고용보험 가입 즉시 실업급여를 수급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방과후학교강사들이 부담해야할 고용보험료 지원도 필요하다. 이미 국가나 지자체에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고용보험료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실업급여와 함께 모성보호급여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정부개정안에 따르면 출산전후휴가급여만 해당된다. 방과후학교강사에게 고용보험이 적용돼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90일 동안 지급하는 출산급여만으로는 방과후학교강사의 실질적인 모성보호와 육아지원이 불가능하다. 육아휴직급여도 적용해야 고용보험 적용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 전국방과후학교강사노동조합의 설립필증이 477일 만에 교부됐다. 우선 과제는 교섭이다. 누구와 교섭할지가 시작부터 쟁점이 될 수 있다. 교육감을 사용자로, 시도교육감협의회를 사용자단체로 교섭해야한다. 노동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는 상대와 교섭해야한다. 방과후학교강사 상당수가 학교와 계약을 하지만 방과후학교는 교육청 지침에 따라 운영한다. 학교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지 않는다. 코로나19사태가 확산되어 방과후학교가 중단된 것도 명목상은 학교장 재량이라지만 교육청 판단이 결정적이었고 하반기 들어 일부에서 방과후학교의 재개를 결정한 것도 교육청이다. 방과후학교 뿐 아니라 학교 교육 전반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교육감의 지도감독을 받는다. 교육감과 교육청이 학교 운영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따라서 방과후학교강사가 교섭할 수 있는 상대는 학교장이 아니라 교육감이 돼야한다. 아울러 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노동조합법 제2조제3호의 ‘사용자단체’가 돼야한다. 협의회는 이미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과 2018년부터 단체교섭에 나서고 있다. 처음에는 개별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협상하고 있다가 협의회와 교섭하자는 학교비정규직연대의 요청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공무직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미 협의화 단체교섭하고 있는데 방과후학교강사들만 여기서 제외될 이유가 없다.
○ 방과후학교가 25년간 운영되어왔지만 법적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된 적이 있고 정부가 입법예고안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관련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입법 대신 행정력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관련 법률의 뒷받침에 의한 제도화 과정 없이 행정적인 예산사업으로는 교육복지 구현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 방과후학교 전담 기관을 교육부 및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중 관리주체를 어디로 정할 것이냐가 법제화의 쟁점이 될 수 있다. 여러 나라에서 교육과 돌봄을 교육부 중심으로 통합하는 추세다. 관리주체를 배타적 선택의 문제로 간주하면 안된다. 지자체와 교육청은 돌봄과 교육 두 영역모두에서 각각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방과후학교가 그동안 운영된 과정이나 한국의 교육정책 기반 등을 감안하면 방과후학교의 관리주체는 교육청으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다. 다만 방과후학교의 법제화의 핵심 논점이 여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 방과후학교의 정책목표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한 더 근본적 차원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
○ 중요한 것은 공교육을 보완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방과후학교의 발전전망, 방과후학교를 공교육 체계 안에 어떤 방향으로 편입시킬 지다. 현재의 수익자부담운영에서 교육재정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공교육의 공백을 보완하는 방과후학교를 사교육처럼 수익자부담 원칙에 입각해 운영하는 것은 정책의 근본 취지와 일치하지 않는다. 정규 교과과정에서 책임지기 어려운 특기적성 교육을 통해 누구나 양질의 문화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과후학교의 취지에 충실하려면, 다른 공교육 분야와 마찬가지로 교육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자유수강권 등의 방과후학교 지원 예산을 더욱 늘리고 방과후학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방과후학교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무상교육’의 이상이 정규 교과과정에만 적용돼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 수익자부담을 교육재정 부담으로 전환하게 되면 자신의 관심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비용에 신경쓰지 않고 받을 수 있다. 가계의 교육비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이런 변화는 결국 교육불평등 해소와 동등한 교육기회 보장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종사자인 방과후학교강사의 처지도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지금처럼 학생수나 수업시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구조가 바뀌게 된다.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교육적 신념과 사명감에 따라 강의를 운영할 수 있다.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방과후학교강사를 교육청이 직접 고용하는 방향을 검토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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