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주민조례안 - 2022년 5월>
[문턱 낮아진 주민발안제, 어떤 조례안이 청구됐나?]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에 이어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이 올해부터 시행됐다. 앞으로 청구자가 지방의회에 직접 조례안을 제출할 수 있고 청구에 필요한 주민서명 요건이 완화됐다. 해당 조례안은 지방의회에서 1년 이내 심의·의결해야 한다. 청구 요건 등이 까다로워 문턱이 높다는 비판을 받아온 주민발안제가 큰 폭으로 개편된 것이다. 조례 청구 대상 제한을 줄이고, 지방의회가 청구된 조례안을 부결하거나 수정하려면 주민투표로 회부되게 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방자치법과 주민발안법 시행으로 청구자가 주민조례를 신청할 때 ‘주민e직접’ 사이트를 이용해 온라인으로도 서명을 받을 수 있다. 청구된 주민조례안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5월 23일 현재 모두 40개의 조례안이 올라와 있다. 지방행정에 대한 주민참여를 확대하거나 노동자의 권익 보호, 주민 복지 확대, 지역 현안 등 다양한 분야의 조례안을 볼 수 있다.
= ‘전국 최초’, 하청노동자·콜센터노동자 지원 조례안 =
노동자 권익을 보호·지원하는 조례안으로 ‘대전광역시 대덕구 공동주택 경비원 인권 증진에 관한 조례 개정안(서명 중)’, ‘전라북도 노동기본조례안(청구종료)’, ‘대전시 노동인권 보호 증진을 위한 기본조례안(청구종료)’, ‘대전광역시 콜센터 감정노동자 보호·지원에 관한 조례안(청구서 제출)’, ‘울산광역시 동구하청노동자지원조례안(청구인 명부 제출)’, 모두 5개가 있다. 이중 ‘대전콜센터 감정노동자 보호·지원에 관한 조례안’과 ‘울산광역시 동구 하청노동자 지원 조례안’이 주목할 만하다. 이들 조례안은 여러 지자체에 있는 노동자 보호 조례와 달리 하청노동자와 콜센터노동자로 지원 대상을 구체화했다. 다른 지자체에는 없는 ‘전국 최초’다.
‘울산광역시 동구하청노동자지원조례안’은 구청장이 하청노동자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하청노동자의 권익 보호 및 증진을 위해 노동환경개선 사업, 사회안전망 구축, 소득·주거지원, 사회보험 가입 지원, 하청노동자의 안전·보건 및 산업재해 예방사업을 하도록 했다.
대전광역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콜센터 기업(컨택센터)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왔다. 대표적 감정노동자인 콜센터 노동자도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해당 기업을 대전시가 지원할 때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한 운영기업의 책임을 확약하고 노동관계법 준수, 콜센터 노동자들의 현안인 휴게시간 보장 및 휴게장소 제공을 약속하게 하는 등의 조건을 제시하도록 했다.
= 주민들의 자발적인 돌봄공동체도 지원한다, 울산 온종일 아동돌봄통합지원 조례안 =
코로나19를 계기로 돌봄이 재조명되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돌봄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대부분 조례는 제도화된 돌봄체계가 대상이다. ‘울산광역시 온종일 아동돌봄 통합지원 조례안(청구종료)’은 돌봄사업에 ‘마을돌봄사업’도 포함시켰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참여하는 돌봄공동체를 지원하는 조례는 아직 많지 않다. 조례안에 따르면 마을돌봄사업은 마을에서 주민들이 아동돌봄과 양육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부모 모임, 마을돌봄 활동가 양성, 돌봄공간조성 및 운영, 공동 육아나눔 등을 통해 서로를 돌보며 지역사회 돌봄 활성화를 조성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말한다. 시장이 마을돌봄사업 활성화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했고 돌봄사업추진위원회에도 마을돌봄시설 대표가 참여하도록 했다.
= 태양광 에너지 발전시설 난개발의 대안, ‘지자체 공영 개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난개발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지역 공동체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이 나온다. 단체장의 개발행위 허가 기준 중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기준을 강화하는 ‘장흥군 관리계획 조례 개정안’(청구인 명부 제출 중)이 청구됐다.
더 나아가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개발을 주도하고 주민 참여와 통제를 확대하는 안도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자체의 공영 개발로도 할 수 있게 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의 공영화 지원과 주민 의견 수렴 등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공존위원회를 구성하는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및 지역사회·생태계와의 공존을 위한 지원 등 조례안(서명 중)’이다.
= 국회가 안 하면 주민이 직접 나선다 =
국회 입법을 기다릴 수 없어 나온 조례안도 있다. ‘구미 3세 여아 사건’처럼, 출생 신고가 돼 있지 않아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발견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든 일들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 국회에 정부안을 비롯해 개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심의는 더디다. 출생 미등록 상태에서도 사회복지서비스에 누락되지 않도록, 시장이 아동의 출생을 확인하는 출생확인증을 발급하도록 하는 ‘시흥시 출생확인증 작성 및 발급에 관한 조례안(청구종료)’이 청구됐다.
합리적 기준 없이 부과되는 특수배송비(도선료)가 제주도의 현안 중 하나다. 시민과 전문가, 택배산업 기업체는 물론 노동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표준 도선료 산정위원회를 구성해 적정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도선료를 산정하고, 여기에 동의하는 택배 종사자에 대해 각종 지원을 할 수 있게 하는 ‘제주특별자치도 택배 표준 도선료 조례안(청구종료)’도 청구됐다. 국회에 난배송지역에 재정으로 물류비나 도선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도 발의됐는데, 이보다 더 현실적이고 수용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각양각색’, 민영화 저지부터 인권조례 폐지안까지 =
40개의 조례안 중 단일 사안으로는 방사능과 같은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식재료를 공급하기 위한 조례안이 5개(서울특별시 강서구, 도봉구, 광진구, 성동구, 용산구 – 강서구 외 모두 청구종료)로 가장 많다. 이밖에 폐기물 관리나 시 운영 주차장의 민영화를 막기 위한 전주시 폐기물 관리 조례안(청구 종료), 부산광역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안(서명 중)도 있다. 다수의 조례안이 진보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뭇 다른 성격의 조례안도 있다. 김천시 양성평등기본조례안(서명 중),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안(서명 중), 부천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청구인명부 제출)인데, 모두 해당 조례를 폐지하자는 안이다.
* 국민입법센터(centerforp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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